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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불시에 찾아오는‘손님’ - 정운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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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초, 튀르키예에 큰 지진이 일어났다. 그 나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구조 파견을 보냈다. 최소 7만여 명의 사망자가 생길 거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보도되었다. 물론 희망찬 이야기도 있었다. 튀르키예 외신 뉴스 가운데 잔해에 갇힌 학생 이야기다. 이 학생은 17세 고등학생인데, 건물의 잔해 속에 갇혀 있으면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의 일부가 전해졌다. 타하 에르뎀이라는 학생은 스마트폰으로 작별 영상을 보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이다.

그는 카메라를 켜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생의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무슬림 기도문을 낭독하며 유언 같은 영상을 촬영했다. 학생[에르뎀]은 “이 영상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 죽음은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고 하였다. 이어서 “후회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오늘 여기서 살아 나가면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 신이 나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기 바란다.”라고 하였다. 이 어린 친구의 말들, ‘죽음이란 예상치 않게 찾아온다’, ‘자신의 그릇되게 살아온 것에 신에게 용서를 바란다’는 내용이 적어도 어른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아서다[이 친구는 구조되었고, 부모 모두 살아서 만남].

살면서 늘 떠나지 않는 주제가 죽음이지만, 이 친구를 통해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에 감동한다. 불교에 ‘죽음 명상’이 있다. 죽음 명상(mārāṇa-nussati)은 위빠사나를 위한 예비 단계 수행으로서 ‘4보호 명상’ 가운데 하나이다. 확실하고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숙고이다. 즉 지금은 내가 이렇게 살아 있지만, 내일 당장 이 목숨이 끊어질 수 있다고 죽음을 숙고하는 명상이다.

필자는 5년 전 12월 중순, 한 해 동안 바빴던 일들을 정리하고 인도 성지순례를 기획했다. 내 인생의 마지막 배낭여행이라고 생각했다. 강의도 종강하고, 원고도 미리 써놓고, 대략 정리를 한 뒤에 40일 여정의 인도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지도ㆍ계획표ㆍ옷ㆍ고추장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떠나기 일주일 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종종 위가 쓰려서 병원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국가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하였다. 검진하는 와중에 병원에서 ‘어느 환자가 위내시경 예약을 펑크 냈는데, 그 자리가 비었으니 하겠느냐?’고 물었다. 이렇게 해서 (반갑게도) 위내시경을 하였다. 그런데 검진 끝나고, 의사가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큰 병원을 가보라’고 하였다. 이렇게 의사 말을 듣고도 인도행을 고수하다 결국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 큰 병원 신세를 져야 했는데, 인도 가려고 준비한 캐리어 가방을 들고, 병원에 들어가 위암 수술을 받았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그저 머릿속에는 바람[風] 소리만 들렸다. 인도로 떠났거나 혹 건강검진을 하지 않았더라면, 죽음으로 직행했을 터이다. 하여간 나는 명이 길긴 긴가 보다. 수년이 흘렀고, 그때만큼은 죽음에 대한 숙고가 희석되었지만, 절대 잊지 않는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 학생이 말했듯이, 죽음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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